오늘은 3월 3일이다.

 스타크래프트 리그를 재미있게 시청했던 사람이라면, 아마도 대부분이 이 3월 3일, 즉 3.3절에 대한 놀라운 기억을 가지고 있을것이다. 바로 1년전 오늘, 2007년 3월 3일, 스타리그 역사상 최고의 반전, 혁명이 일어났기 때문이다.

 현재는 마막장, 마민폐등으로 불리며 그야말로 '보통저그'의 길을 걷고 있지만, 마재윤은 바로 1년전 스타리그 사상 최고의 저그 유저였다. 바로 1주일 전 '본좌 결정전'이라 불리며 스갤에서의 속칭 '찌질 파이트'를 만들어냈던 신한은행 스타리그 S3 결승전. 그곳에서 마재윤은 화려한 부활에 성공한 이윤열을 압도하며 본좌에 등극한다.

 그리고 1주일 뒤. 곰 TV MSL S1 결승전. 그리고 상대는 자신의 유일한 프로토스 라이벌인 성전의 강민도, 자신을 괴롭히던 테란의 진영수, 전상욱도아닌, 신예 김.택.용. 이제 그의 발 앞에는 프로토스의 종말과 마재윤의 독재정권의 서막이 열리려 하고 있었다. 그리고 3.3일, 그는 스타계 정복의 꿈을 안고 어린이대공원으로 향한다.
 그리고 김택용. 16강부터 그 누구도 주목하지 않았던 신예 프로토스. 16강에서 강민에게 패했지만, 그 이후 변형태, 고인규, 진영수, 이재호를 연파하며 파죽지세로 4강에 올랐다. 하지만 그 누구고 그를 주목하지 않았다. 프로토스중 마재윤을 이기리라고 지목된 유일한 토스 강민의 후광에 가려져있었을뿐.

 게다가 그는 그의 소속팀인 MBCgame Heros의 2006 프로리그 후기리그 + 그랜드파이널 우승에 별다른 공을 세우지 못한다. 개인리그 4강에 빛나는 성적이었지만, 그는 프로리그를 우승으로 이끈 박지성라인에 밀려 팀에서조차 중용하지 않았다. 다만 '조커'였을뿐.

 하지만 그런 소년이, 토스의 마지막 구세주, 강민을 3:0으로 격파하고 결승에 올랐다. 상대는 마재윤. 모든 이들이 '성전을 파괴한 자'로서, 결승 흥행을 망쳐놓은 주범으로서 그를 생각했다. '어차피 못이길놈이 왜 올라갔냐'라는 이야기도 심심치않게 들려왔다. 누가봐도 이길 수 없는 경기. 하지만 그걸 이기리라고 생각한 사람이 딱 둘 있었다.

 김택용, 하태기. 김택용은 결승 전 인터뷰에서 '3:0당하지 않게 연습열심히 하세요.'라고 했다. 모두가 비웃었다. 그리고 MSL은 또 스타리그에 밀려 흥행참패 일보직전에 서있었다. 게다가 스타리그 결승의 대성공. 아마도 MBCgame은 자사리그의 결승을 '마재윤 독재시대의 선포'로 컨셉을 잡았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운명의 날. 마재윤, 저그의 구세주는 이제 구세주를 넘어 테란과 프로토스를 저그의 발 밑에 두기 위해 출정한다. 그리고 전혀 가능성 없어 보였지만 어쨌든 마지막 희망, 김택용. 그는 그의 어깨에 지어진 무거운 짐은 신경도 쓰지 않는다는 듯이 여유있게 출정한다. 그리고, 그 여유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자신의 승리를 지나치게 확신한 구세주의 방심이었을까. 마재윤은 무너졌다. 아니, 산산히 부서졌다고 해야 맞는 표현일지도 모른다. 그가 최강자의 자리에 오르기까지 그토록 힘들었던, 저그의 최대 암울기를 혈혈단신으로 극복해냈던, 그의 공든 금자탑이, 하루아침에 듣도보도못한 혁명가에 의해 파괴당했다.

 그 후는 다들 알다시피 마재윤은 천천히 무너져내렸고, 김택용은 프로토스를 대세로 이끌며 한 차례의 우승을 더 차지했으나, 현재는 '미완의 혁명가'로 남아있는 상태다. 운명의 날, 2007년 3월 3일, 그 전율의 혁명을 기리며.

by 이터리얼 | 2008/03/03 13:52 | 게임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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