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10월 31일
살다 살다 두산을 응원하긴 또 처음이네.
LG팬으로서, 그 다음으로 좋아하는 구단을 물으면 구 현대(현 히어로즈)와 한화를 꼽는 사람으로서 이번 2008 포스트시즌엔 살짝 관심이 덜 갔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삼성팬인 친구따라 삼성경기 보면서, 응원할 팀 없으니 삼성을 응원하곤 했었다.
준플레이오프를 3:0스윕, 플레이오프 2:1까지만 하더라도 재미있었는데(명철신의 결승타 때 피크였다), 두산의 3연승으로 결국 한국시리즈는 2007 KS의 재판인 SK 와이번스 vs. 두산 베어스로 결정나게 되었다.
정말이지 나에게는 재미없는 매치업이었기에, 가끔씩 문자중계로 결과만 확인하면서 보곤 했다. 그나마 옆집인 두산을 좋아하지 않기 때문에, 그리고 SK에는 김재현이 있기 때문에, SK가 이겼으면 하는 마음이 약간 있긴 했다. 어쨌거나 SK는 응원따위 안해줘도 이길 것 같았으니까 뭐.
한국시리즈를 제 3자의 입장에서 쭉 지켜보면서 정말로 LG팬이 된 이후로, 아니, 태어나서 처음으로 두산을 응원했다. (내가 제일 싫어하는 구단 두 개를 꼽으라면 두산하고 롯데인데, 이유는 내가 95년부터 야구를 보기 시작했다는 말이면 충분하다고 생각한다.ㅠㅠ)
팬도 아닌, 오히려 안티에 가까운 내가 두산을 응원하게 된 계기는, 도무지 점수가 나지 않는 지독한 변비야구 때문이었다. 와, 진짜 답답해도 이렇게 답답할 수가 없었다.(물론 LG는 시즌 중에도 저짓을 한다만, LG 애들한테는 기대치가 별로 없는데 두산 애들은 기대치가 크기에, 실망과 답답함도 더 클 듯 하다.)
최고의 엑스맨은 역시 88년생의 어린 나이로 무려 타격, 출루율, 최다안타를 휩쓸고, 베이징 올림픽 우승의 주역이었던 김현수. 그가 부진해도 '내일은 나아지겠지'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가면 갈수록 점점 심해지기만 하는 그의 부진은, 결국 3,5차전에서 9회말 1사만루 상황, 두 번의 병살타라는 최악의 결과를 만들어냈다.
김현수 이외에도, 작년보다는 잘 해줬지만 역시나 약간은 부족했던 이종욱, 플레이오프 최고의 스타 오재원, 언제 칠지 모르는 녀석이라더니 결국 아무데서도 못 친 고영민까지. 3루까지는 가는데 돌아오지 못하는 최악의 모습을 연출한 두산 타선을 보면서, 보는 내가 다 답답해서 차마 보기 힘들었다.
어쨌거나 최강의 면모를 보이며 2연패에 성공한 SK에 축하의 말을 전하고, 두산에겐 위로의 말을 전한다. 특히나 저보다 더 답답했을 두산팬분들, 참 욕보셨습니다.ㅠㅠ
한 가지 바람이 있다면, 김현수는 내년에 다시 강해져서 돌아왔으면 좋겠다. 이번 KS에서의 경험은 어린 나이로 이겨내긴 힘든 고통이겠지만, 이겨 낸다면 더욱 강력해질 테니. 아, LG전에는 좀 못해도 괜찮다.ㅎ
# by | 2008/10/31 22:22 | 야구 | 트랙백 | 덧글(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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