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래그 미 투 헬

'이블 데드'로 유명한 샘 레이미 감독의 공포영화라는데, 솔직히 나에게는 '스파이더 맨' 시리즈 말고는 샘 레이미 감독의 이름을 들을 기회 자체가 없었다.

그래서 이 '드래그 미 투 헬'이라는 영화와 그의 전작인 '이블 데드'를 비교하는 글이 참 많은 듯 한데, 나는 전작을 보지 않았기 때문에 그냥 이 영화 자체로만 놓고 평가하고 싶다.

일단 결론적으로는, 상당히 잘 만든 공포영화라는 입장이다. 공포영화 치고는 잔인하다기 보다는 더러운(-_-) 장면들이 많았다는 점 빼고는 딱히 흠잡을 만한 장면이 없는 듯 하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배경음악. 언제나 공포영화의 키는 소리라는 생각을 하고 있는 사람으로서, '드래그 미 투 헬'이 보여준, 아니, 들려준 음악은 그야말로 적절 그 자체였다고 생각한다.

처음과 엔딩 크레딧 올라가는 부분에서 나오는, 마치 '샤콘느(맞나?)'를 연상시키는 바이올린 소리가 개인적으로는 가장 인상깊었던 듯. 영상도 영상이었지만 배경음악만으로도 긴장감을 충분히 고취시킬 수 있었다.

또 한 가지 마음에 들었던 점은, 쉴 틈이 없었다는 점이다. 러닝타임 내내 관객을 공포에 떨게 만들 수는 없으니까, 공포영화에는 필연적으로 약간 지루한 시간이 존재한다. 그런데 이 영호에서는 그런 부분을 개그로(-_-) 메꿔버린다. 빵 터지지는 않지만 실소를 자아내는 장면들이랄까.

그리고 마무리까지 깔끔하게 끝나면서, 1시간 40분동안 깔끔하게 영화를 관람할 수 있었다. 정말이지 오랜만에 재미있는 공포영화 한 편을 본 것 같아서 마음에 든다. 샘 레이미 감독의 '스파이더 맨'도 재미있었지만, 그의 차기작은 이런 공포영화가 되었으면 한다.

p.s 솔직히 영화를 까자면 깔 거리는 차고 넘친다. 단적으로, 노파가 도대체 왜? 은행원에게 저런 무시무시한 저주를 내렸냐부터 시작해서, 왜?를 붙이면 깔 것 투성이지만, 그냥 유희로 보는 공포영화에 그런 질문은 오히려 의미가 없을 듯 하다.

by 이터리얼 | 2009/11/27 20:59 | 영화 | 트랙백 | 덧글(2)

정준하, 어디까지 갈 건가?

어제 방영한 무한도전이 이슈가 되고 있다. 그 이유는 너무 재미있어서도 아니고, 과거 좀비특집처럼 너무 재미없어서도 아니다. 단지 한 명의 멤버 때문이다. 바로 요새 '쩌리짱'이라는 캐릭터를 잡아 '바야흐로 쩌리짱 시대'라는 자막까지 이끌어 낸 정준하다.

사실 말 안통하는 뉴욕에 가서 재미있는 방송분량을 이끌어내리라고는 생각지도 않았고, 그럼에도 방송 초반부엔 인터넷 방송 출연 등의 재미난 소재로 어느 정도 재미있는 방송을 만들어가고 있었다. 하지만 문제는 방송이 거의 끝나가던 말미에 발생했다.

뉴욕에 가서 특집을 여러개 찍었던 모양인데, 그 중에서 일단 이번주에 방송된 것은 '한식을 뉴욕에 알리는' 특집. 그래서 양 팀이 한 분 씩의 셰프를 모시고, 조언을 들으며 뉴욕 시민들에게 한식을 알리는 것을 주제로 한 특집이었고, 방송 말미에 두 팀이 셰프들에게 지도를 받으며 요리를 연습하는 모습이 방영됐다.

여기까지는 '레전드 편'은 아니지만, 그럭저럭 무난하며 다음주를 기대하게 만드는 모양새였는데, 여기서 정준하가 크게 일을 하나 벌인다. '하수구 뚫어주세요'부터 시작해서 김치전 갈등까지. 조언을 해달라고 모셔온 셰프를 무시하면서 지 혼자 김치전을 만들다가, 안되니까 짜증까지 낸다. 분명히 셰프가 '그렇게 하지 마세요'라고 말했음에도 불구하고.

뭐 어느정도 이해가 안 되는 것은 아니다. 누구라도 자기가 열심히 하고 싶었던 일이 안 풀리면 짜증이 날 테니까. 하지만 그 짜증을 자신을 도와주는 사람에게 표출하는 것은 40이 다되가는 어른이 할 행동은 절대로 아니다. 솔직히 지금 20대 초반인 내가 그래도 '개념없다'는 소리를 들을 법한 행동이었다.

예전부터 정준하는 '국민밉상' 소리를 들으며, 무한도전에서 짜증나는 캐릭터를 맡았다. 그 때문에 본의 아니게 욕도 많이 먹고 그랬는데, 어제 방영됐던 모습은 아무리 생각해도 여지까지 정준하의 모습이 캐릭터가 아니라 진짜가 아닌가(오히려 많이 참은게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좀 심각했다.

진짜 보는 내가 다 짜증나는데 그 여자 셰프는 어떤 생각을 하고 있었을까. 옆에서 유재석, 정형돈이 눈치보면서 살살 달래도 허리가 아프다는 둥 개소리만 하고, 솔직히 허리가 진짜 아파서 방송을 못 할 정도였으면, 잠깐 쉬던가, 참고 할 거였으면 재밌게 했어야지, 이건 뭐 이도저도 아닌게 완전 밉상을 제대로 보여줬다.

솔직히 저게 방송된 이유가 김태호 피디가 경고를 하는것이다, 혹은 정준하가 싫어서(?) 그러는 것이다 참 말이 많은데, 내 생각에는 그냥 저거 빼면 방송분량 없어서 어쩔 수 없이 내보낸 모양인 것 같다. 두 팀이 같이 연습하는데 명수팀만 내보내면 안되니까, 근데 재석팀은 정준하vs셰프 갈등을 빼면 (분위기가 험악해서) 다른 팀원들도 거의 방송분량 못 만들어냈을 테니까.

여지까지 무한도전에서 여러 비판거리가 나왔어도 웬만하면 옹호해 왔었는데, 이번 편은 뭐랄까, 참, 옹호하기가 힘들다. 그저 다음 주의 무한도전을 기대해 볼 뿐. 그냥 다음 주에 정준하가 셰프와 화해해서 멋진 결과를 이끌어 내리라는 실낱같은 희망을 품고 있을 뿐이다.

by 이터리얼 | 2009/11/22 21:26 | 트랙백 | 덧글(6)

MSL, 악수의 연속

MSL, 훔칠 선수가 없다?

스타에서의 2006년에 이은 두 번째 금-은-동 싹쓸이와, 끊을 듯 끊을 듯 끊지 못하는 워3의 악연을 끝으로, WCG가 막을 내렸다. 그리고 이제 얼마 안 있으면 스타리그-MSL이 개막하게 된다. 스타리그는 큰 변화는 없고(조지명식 오프닝 때 또 뭔짓을 할런지ㅋㅋㅋ), MSL은 엄청난 변화를 준 모양이다.

스타크래프트 리그의 원조였던 온게임넷과 후발주자였던 MBC게임. 분명히 MBC게임 초창기 시절에는 온게임넷이 압도적으로 잘나갔지만, MSL으로의 개편 이후로 MBC게임도 비슷한 인지도를 가졌던 것이 사실이다. 언제는 MSL이 스타리그의 위상을 뛰어넘었다는 이야기도 나왔으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온게임넷은 월드컵 여파로 인해 실패한 2002 네이트 스타리그를 제외하곤 딱히 실패한 리그가 없다. 단 한 번 우승하고 스러졌던 우승자들도 모두 그럴듯한 별명 하나씩은 다 가지고 있다. 한동욱-소닉 부스터, 오영종-사신, 서지훈-퍼펙트 테란과 같이. 그와 반대로, MSL 우승자 출신 중에 본좌가 아닌 선수들의 네임벨류는 어떤가?

강민과 박태민을 제외하고, 박성균, 박지수, 김윤환 등. 다들 한때 잘나갔고 지금도 어느정도 실력을 가지고 있다. 실제로 오영종-김윤환의 매치가 성사되었을 때, 실력은 김윤환이 앞설지라도 오영종이라면 이길 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갖게 하는 힘이 있다. 그리고, 그런 힘은 온게임넷 제작진의 능력+엄전김 트리오의 포장능력에서 나온다.

솔직히 엄재경 해설의 포장력은 따라갈 사람이 없다. 엄해설의 입을 한 번 거친 신예들은 모두 용이 되기 위해 장강에 머무른 이무기로 재탄생하며, 모두가 보는 결승전 무대에서 용이 되어 '로열로더'로 거듭난다. 그에 반해, MSL에 올라가 MSL을 제패하거나 높은 자리에 올라선 신예들은, '리그브레이커'라는 오명을 쓴다.

과연 어떤 차이가 이런 결과를 만들었을까? 답은 앞에서도 말했듯이, 온게임넷 제작진과 엄전김 트리오의 포장능력이 대단하기 때문이다. 매 경기 올인을 하던 강구열을 MBC게임은 '날카로운 빌드의 귀재'라는 어처구니 없는 별명과 함께 '강라인'이라는, 어찌보면 '리그브레이커'의 시초가 되게 만들었고, 역시 매 경기 전략을 짜오는 신희승을 온게임넷은 '포스트 임요환', '차세대 전략가'등으로 포장해 결국 '와룡'까지 가게 만들었다.(물론 '와룡'은 강라인 때문에 생기긴 했지만 말이다)

또 다른 예로는, 모두가 이제동을 응원하고 본좌등극을 바라던 '전설적인(!)' 아레나 MSL 결승전에서 박지수가 3:0으로 우승을 차지하자, MBC게임과 해설진은 그저 아레나 상무님을 찾기에 바빴다. 과거 임요환을 결승에서 꺾었던 '듣보잡' 박정석을 그자리에서 '영웅'으로 만들어버린 온게임넷과 너무나도 대조되는 상황인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MBC게임은 연이은 흥행실패의 원인을 선수들에게서 찾고 있다. '택동록이 결승에서 나와야지 흥행한다'는 생각이 잘못된 것은 아니지만, 리그 방식에 인위적인 조작을 가한다고 택동록이 결승에서 나오는 것은 아니다. 게다가, 꼭 인기선수끼리의 경기가 흥행을 불러오는 것만도 아니라는 것을 인지하고 못하고 있는 듯 하다.

지난 인크루트 스타리그. '로열로더 후보'말고는 사실 변변찮은 것 하나 없던 정명훈을, 온게임넷은 '최연성의 후예', '실질적인 최연성-송병구 대전'등으로 포장해서 (정명훈을 희생시켰지만) 대박 결승전을 만들어냈다.(물론 정명훈이 2:2까지 버텨준 것도 한 몫 했다) 이에 반해, 본좌로드를 걷던 이제동과 '셔틀의 곡예사'로 유명세를 타던 김구현의 대결. 경기도 재밌었고 대진도 훌륭했지만, 지금 기억하는 사람? 많지 않다.

그 때 당시의 네임벨류로 봤을 때, 정명훈-송병구보다는 이제동-김구현이 기대되었던 것은 사실인데, 끝나고 난 지금, 인크루트 스타리그는 기억해도 곰TV 시즌 3는 기억하는 사람이 많지 않다. 무려 이제동이 우승한 MSL임에도 말이다. 이런 흥행의 차이는 명백히 MBC게임 자신의 책임임에도, 요 몇 시즌간 MSL에 칼질을 가하는 것을 보면 아직도 인기선수간의 대진이 아니라서 흥행을 참패했다고 보는 모양에 좀 답답하기까지 하다.

by 이터리얼 | 2009/11/18 23:49 | 게임 | 트랙백 | 덧글(0)

미수다, 너무 오래 한게 아닌가?

미수다 초창기의 팬으로서, 요새는 이렇게 자극적인 주제로만 소위 '대세'가 되는 미수다가 안타깝기 그지없다. 초창기의 루베이다를 주축으로 그야말로 '수다'와 '외국인이 보는 한국'을 재미있게 다뤘던 미수다와는 달리, 요새는 (안보지만) 아마 슈퍼모델 선발대회처럼 예쁜애들 앉혀다가 그냥 전시만 시켜놓는 모양이다. 내용도 예전에 했던 것 재탕이라던데.

한때 '자밀라 열풍'으로 잠깐 대세가 되며 월요예능의 강자로 자리매김했던 미수다는 금요일에서 월요일로 자리를 옮긴 MBC의 놀러와에 이미 밀려나기 시작했고, 결국 어제 일어났던 논란은 미수다 제작진의 무리수였다는 생각이 든다. 사실 빵빵 터지는 토크는 놀러와나 폐지된 야심만만이 더 많고, 미수다가 주가를 올렸던 가장 큰 이유는 '신선함' 이었는데, 뭐 이게 사라진 지금 대세에서 밀려나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었다.

이왕 이렇게 된 거 개인적으로는 그냥 폐지하고 다른 것을 시작하는 것이 어떨까 싶다. 사실 한정적인 주제만을 논할 수 있는 토크쇼 치고는 꽤 장수한 편이고, 최근의 행보는 참으로 눈물겹지만 과거에 상당한 재미를 주며 영향력을 행사하기도 했고, 딱히 질질 끌면서 추한 모습 보일 필요 있나 싶다.

하나 더, 바로 어제 나온 '루저'논란은 한 명의 남성으로서 상당히 어처구니 없다. 솔직히 '능력없다'고 까거나 최소한 '몸이 저렴해서'라도 '루저'소리 들으면, 그분은 나쁘겠지만 수긍할 순 있을 것 같다. 물론 타고난 놈도 있지만 저런 것은 어느정도는 본인의 노력하에 결정될 수 있으니까. 근데 하필 키라니? 키가 170이 되는 유전자를 지닌 사람이 미친듯이 노력하면 180이 되나?

'난 키 큰 사람이 좋아요'정도로 가볍게 해석할 순 있겠지만, 그래도 자기 잘못도 아닌데 뜬금없이 '패배자'가 된(대한민국 남성의 7~80%정도를 패배자로 만든 듯) 사람들이 어처구니없어하는 것도 당연하지. 여태까지 마녀사냥 당하면 당한 사람에 대한 연민이 약간이라도 있었다면, 이번 사태에 있어서는 단 1g의 연민도 느낄 수가 없다.

by 이터리얼 | 2009/11/10 21:53 | 트랙백 | 덧글(0)

Yes!

 '마스크'를 통해 코미디 영화의 본좌로 자리잡은 짐 캐리가, 최근 영화들을 살펴보면 그닥 좋은 행보를 보이고 있지만은 않다. 나는 그럭저럭 재밌게 봤던 '레모니, 스니켓의 위험한 대결'같이 혹평을 받은 영화도 있었고, '이터널 선샤인'처럼 좋은 영화이나 전혀 웃음기 없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슬슬 짐 캐리식 개그코드가 유치해지면서 대세에서 벗어나는 것 아니냐는 평이 있었고, 이 영화 역시 그런 평가를 벗어나기는 힘들었다. 오히려 짐 캐리가 얼굴을 비틀며 코믹스런 표정을 짓는 것이 약간 부담스럽게 느껴졌을 정도였으니까.

 하지만 이 영화는 식상한 '짐 캐리'식 코미디 영화로 치부하기에는 좀 아까운 면이 있다. 일단 영화를 관통하는 철학이 있다. 영화처럼 닥치고 모든 질문에 Yes라고 대답한다면 모든 것이 당연히 망가지겠지만, 우리는(특히 나는) 애매한 것에 대해서 일단 부정하고 보는 습관이 있다.

 영화 초반부의 짐 캐리처럼, 별일 없음에도 바쁜 척 하며, 별로 내키지 않는 자리는 일부러 피하고 도망다니기 바쁘다. '놀러 갈래?' 라고 친구가 물으면, 일단 '생각해 보고'라는 답변이 먼저 나오며, 처음 해 보는 일을 할 때는 나서서 하기보다는 한 발 물러나서 지켜보는 입장이 되고 한다.

 어디서 들었는지 모를 이야기지만, '시도해보기 전에는 할 수 있는 일인지 없는 일인지 알 수 없다'라는 말이 있다. 이 영화에서 말하고자 하는 일이 그것이 아닌가 싶다. '비행기 운전 법을 배워볼래?'라는 질문에 '내가 할 수 있을까?'라는 대답보다는, '까짓거 하지 뭐'라는 대답이 좀 더 자신을 생산적으로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뭐니뭐니해도 가장 웃겼던 장면은 신부파티 계획하러 간 짐 캐리가 한국어로 한국인과 대화하는 장면. 미드 '로스트'에 나오는 '페이퍼타월이여기있네'로 시작하는 신 만큼은 아니지만 왠지 외국인이 한국어를 말 할 수 있다는게 좀 재미있었다. 아쉽게도 짐 캐리의 코믹 연기는 여전했지만 더 이상 빵빵 터지진 않았다. 하지만 어쩐지 다른 곳에서 계속 웃음을 찾을 수 있는 것이 이 영화의 또 다른 장점이 아닌가 생각해본다.

 p.s 영화에 나오는 여주인공. 주이 디샤넬. 스쿠터 탄 여자를 보자마자 '트릴리언!'이라는 말이 튀어나왔다.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에서 참 예쁘게 나와서 좋았는데, '예스맨'을 통해 다시 만나게 되니 반가웠다. 그리고 그 재미있는 노래들도. 잘 몰랐었는데 앨범도 냈었더군. 어쩐지 배우치고는 노래를 잘한다 싶더랬다.

by 이터리얼 | 2009/11/03 22:15 | 영화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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